[한국문화유산]

경주, 돌과 나무와 별의 대화 – 불국사와 첨성대에서 찾은 새로운 시선

CareYou 2025. 6. 12.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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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는 유구한 역사와 화려한 유산으로 가득하지만, 그 속을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숨겨진 이야기들이 속삭이듯 다가옵니다. 오늘은 경주에서 흔히 지나칠 수 있는 요소들, 불국사의 석축, 관음송, 첨성대를 다른 시선으로 조명해봅니다.

1. 돌로 짜낸 건축, 불국사 가구식 석축

불국사는 다보탑과 석가탑으로 유명하지만, 건축가들이 가장 감탄하는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가구식 석축입니다. 보통 석축은 단단하게 쌓아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는데, 불국사의 석축은 나무 건축물처럼 짜 맞추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이 방식은 건축적으로 매우 섬세하며, 무게를 효율적으로 분산시키는 동시에 시각적으로도 유려함을 선사합니다. 신라인은 돌을 단지 재료가 아니라 ‘형태에 철학을 담는 매개’로 사용한 것 같습니다. 빈틈없이 메꾸어진 공간을 보며 지금의 우리도 감탄을 자아낼만 합니다. 

<경주 불국사 가구식 석축>

 

2. 불국사 입구에서 만나는 침묵의 수호자, 관음송

불국사 입구 언덕에 자리한 한 그루의 소나무. 바로 90년의 세월을 간직한 '관음송'입니다.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기에는 자태와 세월이 느껴지는 존재입니다. 이 소나무는 관세음보살의 자비를 상징하며, 불국사의 안과 밖을 연결하는 경계의 지킴이처럼 존재합니다.

관음송은 단지 오래된 나무가 아닙니다. 매년 수천만 명이 오가는 이 길목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세월과 공간, 인간과 자연을 이어주는 살아 있는 문화재입니다. 신라의 생명관과 자연을 향한 존중이 이 나무에 스며 있는 듯합니다.

<불국사 관음송>

 

3. 별을 올려다보는 탑이 아닌, 땅을 내려다보는 정치적 상징 

 

첨성대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이를 정치적·철학적 상징물로 해석하는 시각이 늘고 있습니다. 첨성대의 모양과 돌들의 규칙성 또한 감탄을 자아냅니다. 우선 362개의 돌은 태음력과 연결되며, 내부는 사람이 직접 올라가기 어렵도록 설계돼 있어 실제 관측보다는 의례적 공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선덕여왕 시기의 건축이라는 점에서, 여성 통치의 정당성과 하늘과의 교감을 시각화한 구조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첨성대는 그저 별을 보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신라의 과학기술과 왕권, 우주관이 결합된 상징의 결정체인 셈입니다. 

하늘을 탐구하고 싶어했던 신라인의 마음이 고시란히 담긴 역사적 유물이다. 동시에 진평왕의 뒤를 이은 선덕여왕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왕위를 굳건히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까? 

관광객들이 부지런히 지나가는 도로에서도 모습이 보이는 첨성대.. 

경주가 역사의 도시인 이유를 하나 더 더하는 듯하다. 

 

<첨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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