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문화]

여성 국극의 별, 정년이: 숨겨진 문화유산의 재조명

CareYou 2025. 5. 31.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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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이> 이미지

1. 드라마 ‘정년이’, 전통 예술의 부활을 말하다

2024년 하반기 방영된 tvN 드라마 《정년이》는 1950년대 전라남도 목포를 배경으로 한 여성 국극단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이 드라마는 단순한 창작물이 아닙니다. 실존했던 여성 국극 배우들을 바탕으로 구성된 이 이야기는, 현재는 점차 잊혀지고 있는 전통 공연 예술의 재조명이자, 무형문화유산 보존의 시급함을 일깨워주는 콘텐츠입니다.

주인공 윤정년은 천재적인 소리꾼이자, 남성 역할을 주로 맡는 여성 국극 배우입니다. 그녀의 삶과 예술은 여성국극이라는 특별한 장르 안에서, 예술과 젠더, 전통과 근대화라는 교차점 속에서 펼쳐집니다. 드라마는 정년이라는 인물을 통해 무대 뒤편의 예술혼과 여성 예술인들의 현실을 입체적으로 담아냅니다.

 

2. 여성 국극, 잊혀진 무형문화의 유산

‘여성 국극’이란 이름조차 낯설 수 있습니다. 이는 1940~50년대에 한국에서 전성기를 누렸던 공연 장르로, 여성 배우들이 남성 역할까지 도맡아 공연하던 국악극 형태입니다. 창극과 유사하지만, 보다 대중적이고 드라마적 요소가 강했습니다. 관객들은 극장의 커튼이 열릴 때마다 남자 목소리를 흉내 낸 여성 배우들의 당당한 연기와 아름다운 한복, 절절한 소리에 감동하곤 했습니다.

당시엔 전국적으로 수많은 여성 국극단이 활동했고, 매진 행렬이 이어졌습니다. 그 중에는 훗날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로 지정된 예술가들도 존재했죠. 하지만 텔레비전과 영화 산업의 발달, 사회적 인식의 변화, 남성 중심 예술로의 회귀 등 여러 요인으로 여성 국극은 급속히 쇠퇴했습니다. 지금은 그 명맥을 일부 명창과 기록물로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3. 인간문화재와 대중 콘텐츠의 연결고리

중요무형문화재 제도는 사라져가는 전통예술을 보존하고, 그 가치를 계승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입니다. 인간문화재란, 특정 전통기술이나 예술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보유자를 말합니다. 드라마 《정년이》는 이러한 인간문화재의 삶을 스토리텔링 형태로 풀어냄으로써, 예술성과 역사성을 동시에 담아냅니다.

정년이라는 캐릭터는 실존 여성국극 명창들의 모습을 복합적으로 녹여낸 인물입니다. 예컨대 여성국극의 선구자였던 김소희 명창, 판소리계의 여제 성창순 선생 등의 이야기가 이 드라마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이들은 판소리, 창극, 국극의 경계를 넘나들며 전통예술의 정수를 전해왔고, 오늘날 인간문화재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정년이》는 이처럼 역사적 인물을 재해석하여 대중 콘텐츠로 풀어낸 좋은 예시입니다. 

 

문화재는 박물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와 인물로 되살아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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